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 계획하시는 분들, 환전 하셨나요? 우리나라 돈을 달러 유로 등으로 환전할 때면 단위가 쑥 줄어들어서 손해 보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반대로 동남아시아 등 화폐단위가 큰 외화로 환전할 때면 많은 돈이 환전되어서 더 많은 돈을 받은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큰 단위의 돈은 세계시장에서 화폐의 가치를 낮추고 국가 위상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로 화폐의 단위을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우리나라의 화폐단위인 ‘원’이 사용된 것은 1차 통화조치가 있었던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직후 우리나라는 침략을 당한 지역에서 불법으로 발행된 적성 통화의 유통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100원 권과 1000원 권을 발행하였습니다. 이후 1953년 통화 단위를 100분의 1로 절하하며 원을 환으로 변경하고, 1962년에는 통화 단위를 10분의 1로 절하하며 환에서 원으로 다시 변경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종전 이후 3번의 화폐개혁과 2번의 통화 단위 절하를 거쳤음에도 여전히 큰 단위의 화폐를 사용하다 보니 자칫 외국간 거래에서 작은 실수가 큰 금액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세계경제 10위권 국가의 화폐가치가 낮게 취급되는 인식을 재고하기 위해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1962년 10환을 1원으로 변경한 것처럼 화폐의 액면단위를 변경하는 것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 기반을 뒤집는 일인 만큼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죠. 화폐에 큰 단위를 사용하던 나라들 중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던 터키, 짐바브웨 등의 국가는 실제로 화폐 개혁을 실행한 바 있는데요. 이 두 나라의 사례를 통해 ‘리디노미네이션’의 성공과 실패를 알아볼까요?
장기적인 준비로 큰 성공을 이룬 터키
터키는 ‘리디노미네이션’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1970년부터 2003년까지 소비자 물가가 매년 50% 이상 상승하면서 2003년의 물가가 1997년의 51만 배에 달하는 엄청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터키.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1981년부터 평균 2년에 한 번씩 새 고액권을 발행했고 물가 상승률은 차츰 떨어졌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2005년, 100만 분의 1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실행하여 달러당 134만 리라이던 환율을 1.342리라 수준으로 낮추는데 성공했으며 터키의 큰 고민이었던 물가 상승률도 다시 한번 낮추며 6~10%대로 안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성급한 ‘리디노미네이션’을 실행했던 짐바브웨
반면 짐바브웨는 ‘리디노미네이션’에 실패한 대표 사례입니다. 마찬가지로 엄청난 물가 상승을 겪으면서 100조 달러로 단 3개의 달걀밖에 구입할 수 없었던 짐바브웨. 나날이 떨어지는 화폐가치를 해결하기 위해 1조 분의 1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점층적인 해결이 아닌 급속한 화폐개혁은 국민경제에 대 혼란을 주었고 오히려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2년마다 고액권을 발행하며 경제적 기초를 단단히 세웠던 터키와 급속하게 ‘리디노미네이션’을 실행한 짐바브웨. 두 사례를 통해 ‘리디노미네이션’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큰 화폐단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분명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필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 ‘리디노미네이션’이기에 충분한 시간 동안 차근차근 경제적인 기초를 다지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운 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